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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 한다는 것은 욕망을 참는 것이기도 하다.  공간의 보존이나 존중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내가 무슨 태도를 가지든 어떤 결정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가에 관한 문제다. 보존 해서 구릴 바에는 철거하는 것이 낫고, 철거해서 망쳐버릴 바에는 보존하는 것이 낫다. 

어떨 때는 오래된 것들의 정비, 새로운 집기, 그리고 보이기 싫은 것들을 감추는 것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시작은 (아름답지 않은)중고 냉장고였다.
나는 냉장고를 숨겨야만 했고, 냉장고를 숨기는 벽을 상상하고 난 뒤에, 숨겨야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게임의 룰이 생성된 것이다.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고, 화장실은 또 다른 벽으로 가려졌다. 그 다음은 주방. 
숨길 것들을 정하자 공간이 완성되었다. 이 곳의 정체성은 은폐를 위한 벽의 구성에서 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것을 하고, 그 다음 오는 것들은 클라이언트가 본인의 취향으로 채워나가는 상상을 했다. 
(공사가 끝난 후에 냉장고를 위한 벽은 클라이언트가 숨을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바뀌었다.)

Things to hide

Renovating a space means refraining from wanting to create something new. Adding something to a structure that has already been created is additional. In fact, the only thing the user wants may be the maintenance of the old space, new equipment, and a curtain for things to be hidden.
The project started with an old refrigerator by the client. I persuaded the client to buy a new refrigerator, but I was persuaded to say that the client had to save money.
After that, I had to hide the refrigerator. As I imagined the wall to hide the refrigerator, I saw things to hide. The toilet was concealed, and miscellaneous items were hidden.
I thought this space was enough. The identity of the space was created only by the composition of the walls for concealment. In the future, I thought that the client could fill it up while staying.
(Now, 'the round wall for refrigerator' has been transformed into a resting area for clients.)


photograph park s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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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규정되지 못하는 것을 만드는 것. 정의된 것도 다시금 흔들리게 만드는 것. 여운.

아무리 설명을 덧붙여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 다르게 쓰이는 것을 눈감는 것.

어딘가 의미는 있을테지만, 나는 그 의미를 모른다.

"작품의 자서전은 작품 자체에서 발견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작품을 묘사하는 것은, 투영하기 혹은 구축하기의 행위와 비교될 만큼 작품을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알도로시, 과학적 자서전